<무도 어린이집> 특집은 <토토가>, <나홀로 집에>, <끝까지 간다>, <무도 큰잔치> 특집 같이 연말과 연초를 화려하게 장식한 특집들에 비하면 소품 같은 느낌을 준다. 대단한 반향을 불러 일으키지도 못 했다. 물론 무한도전이기에 특유의 성실한 웃음은 있었지만 일련의 특집들 사이에서 유난히 힘을 뺀 특집이라는 인상을 준다. 더군다나 다음 특집이 새로운 멤버를 뽑고 5대 프로젝트를 발표하는 자리여서 그 규모는 더 작아보이고, 앞으로도 인용될 것이 많아 보이지는 않는다.
그런데 <무도 어린이집>은 오히려 근 몇 달 동안의 특집들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특집이었다. 이미 단물이 빠진 '육아'와 비슷한 아이템을 들고 나온 특집인데도 그렇다. 사실 <아빠 어디가>나 <슈퍼맨이 돌아왔다>와 같은 육아 예능은 육아를 내세우긴 하지만 스타들의 귀여운 자녀들이 가장 앞에 위치한다. 그런 아이들을 스타로 만들고 팬을 영입한다. 육아 역시 무시되지는 않는다. 연예인인 아버지의 직업 상 그간 힘들었던 자녀와의 시간들을 제공하는데, 이 과정을 지켜보는 게 또다른 즐거움이다.
하지만 <무도 어린이집>은 육아가 아닌 보육(시스템)을 아이템으로 삼았다. 육아와 보육은 사전적으로 크게 차이가 나지는 않지만, 용례적으로는 전자가 개인적이라면 후자는 공공적인 뉘앙스를 많이 풍긴다. 그래서 기존 육아 예능은 아빠-자녀가 그림을 만들어내지만 <무도 어린이집>에서는 보육교사-아동이 그림을 만들어낸다.
이것은 꽤 큰 차이인데, 육아 예능에서는 아빠와 자녀 간의 교감에 포인트가 두어졌다면 <무도 어린이집>에서는 자신의 자녀를 교육 기관에 위탁하는 부모에게 책임을 다하는 것에 포인트가 두어졌기 때문이다. 그래서 육아 예능에서 전국 단위로 여행을 다니고 단가가 더 비싼 그림을 뽑아내더라도, 그들이 하는 이야기는 작다. 이것은 좋고 나쁨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그러하다는 것이다. 정말로 육아 예능에서 보여주는 이야기는 작은 이야기들이다. 그리고 그런 작은 이야기를 누릴 수 없었던 연예인과 자녀에게 그런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들의 나름 칭찬받을 점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무도 어린이집>은 무대 자체가 어린이집이라는 장소에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규모와 단가 면에서는 앞선 프로그램들과 비교할 바가 못 되지만 훨씬 큰 이야기를 하고 있다. 이번 특집은 아빠와 자녀가 어쩌다 한 번 가게 되는 '특별한 여행'을 담지 않고, 우리가 우리의 자녀들을 일상 속에서 어떻게 기르고 있는지에 대해 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무한도전의 모든 멤버가 아버지가 되었음에도 굳이 다른 사람의 자녀들을 돌보는 것이다('그 녀석'의 공백으로 인해 무도 멤버 전원이 아버지가 된 것은 이번 기획에 있어서 참으로 미묘한 사실이다.). 육아 예능이 이벤트를 다룬다면, <무도 어린이집>은 시스템을 다룬다. 최근 어린이집 교사의 폭행 문제가 이번 특집을 낳았을 것이다. 시사 문제를 꼼꼼히 챙기는 무한도전이기에 이러한 접근이 낯설지 않다. 그러면서도 재미를 살뜰히 챙기는 그들의 공력에는 혀가 내둘러진다.
나는 이번 특집이 시사적이고 공익적(?)인 주제를 삼았다는 것만으로 인상적이라 평하지 않는다. 멤버 전원이 총각이었던 2006년부터 지금까지 10년 동안 무한도전을 지켜봐온 사람으로서, '어느새 이 프로그램이 이렇게 성숙해졌을까'를 문득 깨달은 것에도 있다. 우리는 모두 나이를 먹는다. 그리고 그것은 대개 한탄의 대상이 된다. 무한도전 역시 노쇠해져가고 있다. 아직은 건재하지만, 언젠가 무한도전에도 어쩔 수 없는 노쇠함과 끝은 올 것이다. 하지만 다른 프로그램들이 나이 먹는 것을 이겨낼 수 없어 폐지의 길을 걷는 데에 비해, 무한도전은 나이 먹음을 프로그램에 녹여가고 있다. 얼마 전 오스카 작품상 후보에 오른 리처드 링클레이터의 <보이후드>가 영화 평론가들에게 마르지 않는 칭찬을 받고 있다. 영화라는 매체에 좀처럼 담기 힘든 10년이라는 시간을 리얼타임으로 담아냈기 때문이다. 무한도전 역시 그에 못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들은 여전히 까불 때에는 까불지만 또 어느 때에는 적잖이 무게감 있는 메시지를 담아낸다. 그 메시지를 담아내는 사람들은 다름아닌 이 프로그램과 함께 열 살의 나이를 먹어온 PD와 멤버들이다. 그들 역시 자기 자녀의 육아를 위탁하는 입장으로서, 누군가의 자녀를 돌보았다. 여기에 지난 10년간 쌓아온 무한도전만의 영상문법이 자연스레 어울린다.
10년의 경력을 매너리즘이 아닌 성숙함과 참신함으로 환원하는 데에는 짐작 못할 수고와 열정이 요구되었을 것이다. 나는 무한도전의 나이 먹는 법을 존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