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 영은 열살 때 고아가 되었다. 어린 헨리 영은 여동생과 본인의 생계를 위해 5달러를 훔치다가 절도죄로 체포되어 지방 교도소에 수감되고, 그의 여동생은 그가 체포된 후에 보호시설로 보내졌다. 비슷한 시기, 샌프란시스코 연안에 위치한 알카트라즈 섬에 교도소가 지어진다. 이 교도소는 알 카포네, 머신건 켈리 같은 희대의 범죄자들을 수용하던 곳으로, 수감자의 명성만큼이나 강력한 교정능력으로 유명했다. 알카트라즈는 효율성 문제를 위해 강력범죄자가 아닌 경범죄자들도 수용하게 되었고, 그때 보충-이감된 사람 중에 헨리 영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잡범이었던 헨리 영은, 그러나, 이 악명 높은 교도소에서 탈옥을 시도한다. 그 결과 함께 탈옥을 시도한 사람들은 사살되었고, 헨리 영은 생포되었다. 탈옥의 죄과는 무거웠다. 헨리 영은 3년에 걸친 독방형에 처해졌고, 이 과정에서 그의 심신은 상당히 미약해졌다. 독방에서 나와 다른 수인囚人들과 함께 식사를 하게 된 첫날, 헨리 영은 자신의 탈옥을 밀고한 죄수를 숟가락으로 죽였다. 그의 숟가락은 밀고자의 목에 있는 경동맥을 정확히 끊어 놓았다. 이제 헨리 영은 탈옥에 이어 이백여 명의 증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살인도 저질렀다. 그는 일급 살인죄로 고소되었고, 사형을 확정적으로 받은 처지에 놓였다. 여기까지가 재판을 앞둔 헨리 영의 과거사 내지는 공소사실이다.
절도-탈옥-살인의 확증적인 범죄. 게다가 이 세 사건은 모두 현행범으로서 체포된 것이다. 재판이라는 것조차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이 사건의 변호인을 신출내기 변호사인 제임스 스탬필이 맡게 된다. 아마 그의 법률사무소에서는 일종의 경험으로서 이 사건을 맡겼을 테지만, 그 덕분에 이 재판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게 된다.
<일급 살인>은 재판과정을 실감나게 묘사하는 법정 영화이지만, 이 영화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들은 피고 헨리 영과 그의 변호인 제임스 스템필의 면회 장면에 몰려 있다. 그만큼 이 이야기는 알카트라즈의 비인간적인 시스템도 강조하고 있지만, 두 주인공의 인간적인 교류에 더 무게를 싣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법정 장면들이 빈약한 것도 아니다. 검사 역을 맡은 윌리엄 H. 메이시는 심약한 평소 이미지와는 다른 냉철한 연기를 보여주고, 알카트라즈의 부소장 역을 맡은 게리 올드만의 폭발적인 연기가 발휘되는 곳도 법정 안이다. 변호인 역의 크리스찬 슬레이터가 판사와 배심원들에게 연설을 하는 롱테이크 장면에서나, 증인과 대질심문을 하는 장면에서는 괄목하게 만드는 연기를 보여준다. 하지만 이 영화를 떠받치는 이는 단연 피고, 헨리 영 역의 케빈 베이컨이다. 그는 교도소의 잔인한 학대로 인해 정신병을 앓는 죄수의 역할을 (상투적인 표현이지만) 완벽하게 소화한다. 알카트라즈라는 곳이 어떤 곳인지 설명하는 데에 장황한 내레이션이나 역사적 설명은 필요 없다. 케빈 베이컨이 분한 헨리 영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곳의 잔혹함을 알기에 충분하다. 그렇기에 헨리 영은 이 재판에서, 또 관객들에게 알카트라즈를 고발하는 가장 강력한 증인이자 증거가 된다. 이는 전적으로 케빈 베이컨에게 빚지고 있는 것이다.
테크닉적으로는 현란한 카메라워크를 동반한 롱테이크가 돋보인다. 앞서 말한 제임스 스탬필의 연설 장면이나 스탬필과 영의 면회 장면에서 몇 번이고 롱테이크가 활용되면서, 우리는 이 중요한 대화들을 숨죽이고 보게 된다.
단돈 5달러로 인해 인생을 잃어버릴 정도로 무자비한 사회. 그 야만적인 사회를 직시하게 하는 이성의 법정. 친구를 원하는 피고와 정의를 원하는 변호인의 기묘한 우정이 형성되는 면회실. 그리고 사회의 안정과 죄수의 교정을 이유삼아 악랄한 학대가 자행되는 교도소. 진정 이 세상은 눈 두기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우리는 어둡고 후미진 곳에 더 많은 눈이 향하게 할 의무가 있다.